생각정리

제어할 수 없는것에 의존하지 말자

슈코 2023. 9. 6. 23:59

향로님은 내가 정말 존경하는 개발자이다.

사실 처음에는 재수없어 보였다. 또 잘난사람이 잘난척하는거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렇지만, 향로님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를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진짜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개발바닥'을 알게되었고, 세상에 정말 열심히 하려는 개발자들이 많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제어할 수 없는것에 의존하지 말자' 라는 말이다.

이 문구는 '개발자 원칙'이라는 책에 향로님이 작성했던 파트의 주제이다.

( 개발자 원칙은 9명의 테크리더들이 자신만의 원칙을 설명하는 책이다. )

 

이 말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난 항상 제어할 수 없는것에 너무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의존한다는건 내가 그 일에 너무 많이 신경을 쓰게 되어서 정작 해야할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올초 이직했을때 면접에 합격하고 처우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12월말이었던거 같고, 나는 그 당시 소멸되기 직전의 휴가를 써야해서 3일을 쉬고 있었던거 같다.

한달전에는 꼭 퇴사 의사를 전달하고 싶어서 휴가를 쓰기전에 퇴사 의사를 말씀드렸다.

그리고 곧바로 이직할 회사와 처우협상에 들어갔다.

희망 연봉을 전달했는데, 답을 받는데까지 2주가 걸렸다.

2주. 그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휴가를 다녀와서 네이버 이메일을 얼마나 자주 확인했는지 모르겠다.

회사에서는 정말 미안하지만,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분명 퇴사까지 한달정도의 시간이 있었지만, 나는 제대로 일 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오는 답은 내가 제어할 수 없다.

답을 기다리는 그 시간은 내가 제어할 수 있다.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다른사람과의 갈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내 마음은 내가 제어할 수 있지만, 다른사람의 마음까지 내가 제어할 수는 없다.

그런일이 발생할때마다 항상 마음이 심난했었다.

결국 잘 해결될 문제들도, 그 결과에 도달하는데까지 나는 이미 많은 감정을 소모해야했다.

 

물론 이것은 좋은 기다림을 가질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는 9월 초인데, 아내가 임신을 한거 같다.

정확히는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줄이 나왔다.

업무에 힘들어했던 아내가 휴직을 내고, 아이를 갖기로 생각하고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테스트기가 두줄이 나오더라도, 지금 병원에 가서 할 수 있는건 피검사 뿐이다.

피검사와 테스트기는 같은 hcg 호르몬 농도를 가지고 측정하는 방법이다.

( 물론 피검사가 훨씬 높은 정확도를 가진다 )

테스트기는 계속 두줄이 나오고 있었지만, 5~6주쯤 병원에 방문하기로 했다

( 그 이유는 초음파를 통해 아기집을 확인하려면 5주정도는 되어야한다고 한다 )

 

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하고, 병원에 가기전 지금 이 시기가 참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다.

너무 너무 설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이 많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것을 무시하고,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직이슈에 내가 선택했던 방법이 한가지 있었다.

그것은 다른것에 '집중' 한 것이다.

당시 파견을 나와서 운영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의 신입직원들에게 궁금한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갖게끔 했다.

우리회사의 직원들은 아니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었고 나는 많은 기간동안 업무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이해가 다른분들보다 높았다.

생각보다 많은 질문과 궁금증이 있었고, 이를 해결해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다른것에 집중하니, 처우협상 과정에 조금 덜 신경쓸 수 있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절대적인 방법은 없다. 애초에 남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해볼 수 도 있고, 혹은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렇게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바뀌지 않는것에 집중해서 심난해하기 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거나, 시간에게 그 갈등을 잠시 위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한다.

 

병원에 가기를 기다리는 지금 이 시간에는 조급한 마음을 갖기 보다,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은 어떻고, 태아보험은 어떤것이고, 아빠로써 준비해야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기다리는건 역시나 어렵지만, 한결 나은 상태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모든걸 갑자기 확 해버릴 정도로 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고,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노력하는 훈련을 꾸준하게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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